위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위암은 오랫동안 한국에서 가장 흔한 암 중 하나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특히 50대 이상 중·노년층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조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위암은 그만큼 예방 가능성과 관리 가능성도 높은 암입니다. 그 시작은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1.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 가장 뿌리 깊은 원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는 위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명백한 발암인자로 지정했습니다. 이 균은 위산을 중화시켜 위 점막에 상처를 내고 만성 위염, 위축성 위염을 유발합니다. 이런 만성 염증 상태가 장기화되면 **위점막세포의 구조가 바뀌는 ‘이형성’**이 생기고, 결국 위암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은 입을 통해 감염되며, 가족 간 식사 공유, 위생 상태 불량 등이 주요 감염 경로입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50~60%가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검사 후 항생제 치료로 박멸이 가능합니다.
2. 잘못된 식습관 – 매일 쌓이는 위험
위암의 또 다른 핵심 원인은 장기적인 식습관입니다.
- 짠 음식: 소금이 많은 음식은 위 점막을 손상시키고, 헬리코박터균의 활성을 도와 암 발생을 촉진합니다.
- 불에 그을린 고기, 훈제식품, 절임류: 이런 식품에는 질산염, 니트로사민 등 발암물질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위점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 신선한 채소와 과일보다 인스턴트와 정제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할 경우 항산화 물질 섭취가 부족해져 위 점막 보호력이 떨어집니다.
3. 음주와 흡연 – 위장을 침묵 속에서 망가뜨린다
알코올은 위 점막을 반복적으로 자극해 만성 위염을 유발하고, 흡연은 위산 분비를 늘려 위장 내 pH 불균형을 일으키며 위벽을 손상시킵니다.
특히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위암 발병 위험이 약 1.5~2배 이상 높습니다.
4. 유전과 가족력 – 내가 가진 위험도
위암의 약 10%는 유전적인 요인과 관련이 있습니다. 가족 중 위암 병력이 있다면 조기 검진이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나 형제자매 중 위암 환자가 있을 경우 일반인보다 위암 발생 가능성이 2~3배 높습니다.
이는 단순히 유전자 때문만이 아니라, 공통의 식습관, 환경적 요인이 가족 간 공유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5. 기타 요인 – 위절제 수술, 위축성 위염, 나이
- 과거 위수술 경험자는 위의 일부가 제거되면서 위액 분비나 점막 재생이 어려워져 위암 발생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등의 전암성 병변도 위험 인자입니다.
- 나이가 많을수록 세포 회복 능력이 저하되며, 위암 발생률도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예방은 복잡하지 않다: 원인을 제거하는 습관
위암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 헬리코박터균 검사 및 치료: 위내시경 시 조직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 시 항생제 치료.
- 짜고 자극적인 음식 줄이기: 절임류, 훈제육, 인스턴트는 최소화하고, 식이섬유와 항산화제가 풍부한 채소, 과일 중심 식단 유지.
- 금연 및 절주 실천: 적당한 음주조차도 위암 위험을 높일 수 있어, 가능한 한 줄이거나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정기 위내시경 검진: 40세 이상 성인은 2년에 한 번 국가검진으로 위암 조기 발견 가능.
영양제와 위 건강 – 간접적 예방 도구
영양제가 위암을 직접적으로 예방하진 못하지만, 위점막 보호와 면역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비타민 C, E, 셀레늄: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 손상 방지
- 프로바이오틱스: 위장의 미생물 환경 개선
- 아연, 비타민 D: 점막 회복과 면역력 유지에 관여
위암은 한순간에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매일 식탁 위에서, 생활 속 작은 선택이 쌓여 위장에 영향을 줍니다. 위험요인을 알면 예방도 가능합니다. 오늘 한 끼는 조금 덜 짜게, 한 잔은 미뤄두고, 내년 검진은 꼭 챙겨보는 것. 그게 바로 위암을 피하는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