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말이 없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간암은 대부분 간경변이나 만성 간염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발생합니다.
대한민국은 전통적으로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비율이 높고, 음주 문화와 간에 부담 주는 식습관이 널리 퍼져 있어 간암 발생률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입니다.
문제는 간은 대단히 참을성이 있는 장기라는 점입니다. 70~80%가 손상될 때까지도 별다른 증상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인을 정확히 알고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 만성 B형, C형 간염 – 간암의 주범
- 국내 간암의 약 70~80%는 B형 간염 바이러스(HBV) 때문입니다.
- 이 바이러스는 간세포에 침투해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이 염증이 반복되면서 세포가 손상되고 결국 암세포로 변형됩니다.
- C형 간염은 B형보다 발생률은 낮지만, 감염 시 무증상으로 수십 년 간 간 손상을 유발하며, 간경변과 간암으로 진행됩니다.
- B형 간염 보유자는 **정기적인 간 기능 검사, 초음파, 혈청 AFP 검사(간암 표지자)**를 꼭 받아야 합니다.
특히 B형 간염은 **수직 감염(모자 간 전염)**이 많아, 출생 직후 백신 접종 및 항바이러스 치료가 중요합니다.
2. 간경변증 – 간암이 자라는 토양
간경변은 간이 오랜 염증이나 손상에 의해 섬유화되어 단단하게 굳는 상태입니다.
- 이 상태가 되면 간세포의 재생이 활발하게 일어나는데, 그 과정에서 세포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간암 환자의 80% 이상이 간경변증 상태를 동반합니다.
원인은 바이러스성 간염 외에도 알코올성 간질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자가면역 간염 등이 있습니다.
3. 과도한 음주 – 침묵 속 간을 망가뜨리는 습관
- 지속적인 음주는 간세포를 파괴하고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 결국 간암으로 이어집니다.
- 특히 술을 마시면서 **영양 불균형(단백질 부족, 항산화 결핍)**이 동반되면 간의 회복력은 더 떨어집니다.
- 여성은 남성보다 간세포 내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기 때문에 같은 양의 술이라도 더 큰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과음은 지방간→염증→간섬유화→간경변으로 빠르게 악화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합니다.
4. 비알코올성 지방간 – 간암의 새로운 원흉
최근 주목받는 원인 중 하나가 **비알코올성 지방간(NASH)**입니다.
-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아도, 고지방식, 당 과잉, 운동 부족, 인슐린 저항성 등으로 인해 간에 지방이 쌓이고 염증이 생깁니다.
-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을 가진 사람은 이 경로를 통해 간암까지 진행될 수 있습니다.
- 간 수치(AST, ALT)가 정상이어도 복부 초음파나 Fibroscan 등으로 섬유화 진행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5. 곰팡이독소(아플라톡신) – 음식 속 발암물질
- 주로 보관이 부적절한 땅콩, 곡물, 견과류 등에서 발생하는 아플라톡신은 강력한 발암물질입니다.
- 이 독소는 간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DNA 손상을 유발해 간암을 촉진합니다.
- 우리나라에서 과거 문제였지만, 자연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이들, 직접 곡식을 보관하는 가정이라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6. 유전적 요인 및 환경물질 노출
- 가족 중 간암 환자가 있는 경우, 동일한 간염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있고, 생활습관도 유사해 간암 위험이 높습니다.
- 일부 산업군에서는 비닐류, 유기용제, 석유화학물질에 노출되며 간암 발생률이 증가합니다.
또한 흡연자는 간 대사 기능이 약화되어 발암물질의 분해가 어려워 간암 위험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예방은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
- B형, C형 간염 보유자는 6개월마다 간 초음파, AFP 검사 필수
- 금주, 체중 조절, 균형 잡힌 식사로 간 부담 줄이기
- 지방간 보유자도 절대 안심 금물 – 비만, 당뇨 동반 시 정기검진
- 건강기능식품 과잉 섭취 주의 (일부 제품은 간 독성 유발 가능)
- 간염 백신 접종 필수 (특히 B형)
- 간 기능 이상(피로감, 식욕부진, 황달 등) 느낄 경우 즉시 진료
간 건강을 돕는 영양제들
- 밀크시슬(실리마린): 간세포 보호 및 해독 작용
- 비타민 E: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개선 가능성
- 오메가-3: 염증 완화, 지방간 개선
- 아연, 셀레늄: 항산화 및 간 효소 대사에 기여
다만, 간 질환 환자는 반드시 의사 상담 후 복용해야 하며, 간에 독성 영향을 줄 수 있는 무허가 한약, 정체불명 보충제는 피해야 합니다.
간은 조용하지만, 망가지기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간암은 그 특성상 생활습관병, 바이러스 질환, 대사질환이 얽힌 복합 암이기 때문에
지금의 작은 선택 – 예를 들어 음주량, 체중 관리, 정기검진 – 하나하나가 간암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패가 됩니다.